예상보다 심각한 "이 것" 때문에 외면 받는 e 택시... 대중화에도 걸림돌
[오토헤럴드 김필수 교수] 전기차 시장은 ‘캐즘’과 ‘트럼프 리스크’라는 복합 변수에 가로막혀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 전기차 활성화의 본격적인 시기는 2029년~2030년경으로 전망되며, 그 전까지는 혼돈과 조정의 과도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공해차로서 전기차의 필연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현재로선 가격, 배터리 효율, 충전 인프라, 화재 위험 등 다수의 약점을 안고 있다. 이로 인해 내연기관보다 효율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 차량이 한동안 대세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이른바 ‘전기차 캐즘’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약 60%가 중국 시장에 집중되어 있을 정도다. 각국 정부도 이와 같은 흐름에 맞춰 보조금 정책을 앞세워 전기차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전기차 보급을 가속화하기 위해 택배 차량, 청소차, 택시 등 대량 공급이 가능한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이 중 택시는 국민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대표적인 교통수단으로, 전기차 보급의 상징이자 홍보효과가 큰 수단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전기택시 시장은 현재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 핵심 원인은 ‘멀미’다.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소음이 적고 가속 응답성이 뛰어나며, 특히 연료비 절감에 있어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탑승자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승차감’과 ‘생체 리듬과의 조화’다. 전기택시는 회생제동 시스템을 기본으로 한다. 운전자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차량은 자동 감속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에너지를 다시 배터리에 충전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회생제동이 탑승자에게 반복적이고 불규칙한 감속감을 유발해 울렁거림, 즉 멀미를 유도한다는 데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뒷좌석에서 탑승한 승객에게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전기택시 여러 모델을 직접 탑승해본 결과, 멀미가 예상보다 훨씬 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고령의 택시 운전자들이 늘어나면서 거친 운전 스타일이 더해져 승차감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탑승객은 물론, 기사들 사이에서도 전기택시 전환을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부 호출 앱에서는 전기택시 호출 시 취소 수수료를 감수하면서까지 회피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미 3년 전, 한국자동차공학회에서는 ‘전기차 멀미 저감 연구회’를 출범시켜 학문적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기택시의 멀미 특성은 현장에서는 방치되고 있으며, 제작사들 역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특히 멀미에 민감한 여성 탑승객들 사이에서는 전기택시 기피 현상이 심각할 정도다.
회생제동은 전기차의 핵심 기술이자 에너지 효율의 중심축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용자 경험을 희생해서는 시장 확산도 없다. 지금이야말로 제작사들이 기술적으로, 그리고 공학적으로 해법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지자체는 준중형 전기트럭 보급을 원하지만, 환경부의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보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전기택시 역시 멀미 문제로 인해 기사와 승객 모두에게 외면받고 있다. 이 두 가지 사안은 단순한 공급의 문제가 아닌, 보급을 가로막는 ‘본질적인 장애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보급정책이 아니다. 현장의 불편을 해소하고 탑승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 그것이 진짜 대중화를 위한 첫걸음이다. 전기택시의 멀미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절실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