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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순수함을 잃은 대가, 지프 랭글러와 글래디에이터 판매 급감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지프 브랜드의 주력 모델인 랭글러와 글레디에이터 판매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방 격인 미국 시장에서 판매 감소가 더 뚜렷하다는 점에서 스텔란티스 그룹 전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지프 브랜드의 상반기 북미 시장 판매 대수는 30만 714대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9% 줄었다. 지프의 실적은 국내에서도 다르지 않다. 올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누적 판매 대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7% 줄었다. 

문제는 지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주력 모델인 랭글러의 상반기 판매 대수가 9% 감소한 7만 7024대, 글래디에이터는 14% 감소한 2만 3478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랭글러와 글래디에이터가 지난 6월 기록한 미국 시장 판매 대수는 역대 6월 중 가장 저조한 각각 1만 3134대, 3542대에 그쳤다. 

랭글러는 한 때 연간 24만여 대 가까이 팔리면서 그랜드 체로키와 함께 지프의 간판 역할을 했던 모델이다.

랭글러와 글래디에이터의 판매가 급감한 이유로 미국 현지에서는 사치스러운 첨단 기술을 핑계로 가격을 인상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한 가격 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지프 브랜드의 평균 가격은 2018년 이후 61%나 급등했다. 

지프의 2024년형 랭글러의 경우 작년보다 400달러 오른 3만 1995달러(약 4276만 원)부터 시작하지만 최고급형은 10만 1890달러(약 1억 3000만 원)까지 상승한다. 랭글러 역시 3만 7895달러(약 5064만 원)부터 시작해 6만 4890달러(약 8672만 원)에 팔고 있다.

지프는 차량 가격 인상이 사양 업그레이드에 따른 불가피한 것으로 해명한다. 그러나 지프 마니아들은 사치스러운 인테리어와 4G 핫스팟 등 오랜 기간 유지해 왔던 제품의 전통에 어울리지 않는 고급 사양을 적용하고 가격을 올리면서 충성 고객이 이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특히 "사치스러운 것보다는 누구나 쉽게 다루고 고칠 수 있는 지프를 원한다"라며 "또다시 오프로더를 구매한다면 첨단 사양이 가능한 덜 적용된 지프의 다른 모델이나 다른 브랜드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프가 갖고 있던 아날로그의 순수함을 잃은 대가다.

지프가 첨단 사양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고 있지만 기계적 결함 그리고 이에 따른 사용자 불만은 더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프 랭글러와 글래디에이터는 최근 계기반 결함으로 리콜을 발표했다. 

제이디파워(J.D.POWER)가 지난 8월 발표한 첨단기술의 만족도 지수(TXI)에서도 지프는 산업 평균(494점)에 한참을 미치지 못하는 425점으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당시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제네시스(584점)와 차이가 매우 크다.

현지 매체인 더 블레이드는 지프가 갖고 있는 정체성을 첨단 장치로 포장해 가격만 인상해 판매 부진 그리고 글래디에이터의 차기작 출시도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의 첨단 기능 중에는 일상에서 쓰임새가 거의 없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첨단 기능일수록 오류도 잦다. 그럼에도 완성차들은 차량의 기본 성능보다는 첨단 기능을 교묘하고 경쟁적으로 탑재하면서 이를 가격 인상의 빌미로 삼았다.

하지만 지프의 현재 처지는 소비자들이 이런 꼼수를 무한정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포드는 최근 향후 출시하는 신차의 주차지원시스템 삭제를 발표했다. 개당 60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고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불필요한 고가의 사양을 걷어 내 가격을 내릴 방법이 있고 그 반대라면 지프의 꼴이 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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